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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과 하멜의 제주도표류 학교 및 사회교육개혁

2023. 8. 16(수) 동양일보 풍향계 논설문

풍향계/ 교육개혁과 하멜의 제주도표류 

한희송(에른스트 국제학교 교장)


원소주기율표에 원자번호 47번의 이름은 ‘Ag’로 명명되어 있다. 이는 ‘은(silver)’을 나타내는 라틴어 Argentinum(아르젠튬)의 약어이다. 콜럼부스는 아메리카 발견으로 당시 세계최고의 부(富)를 추구하던 스페인 제국의 꿈에 보답했다. 은본위시대의 화폐인 ‘은’이 한 나라의 이름으로 등장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로 부르는 나라의 이름을 언제나 원소주기율표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스페인이 왜 남미개척에 몰두했는지 알 수 있는 일이다.


사략(私掠)이란 해적이 있다. 이들이 일반 해적과 다른 것은 국가가 특허를 내 주어서 붙잡히면 불법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합법인 해적질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가장 경비가 많이 드는 해군의 운영으로부터 국가가 손을 떼고 해적질이 성공할 경우 ‘사략’과 ‘국가’가 이익을 나누어 갖는 일이니 이보다 매력적인 국가적 사업은 찾기 힘든 것이었다.


영국의 프랜시스 드레이크(Drake)는 사략을 직업화 하는데 더 큰 모범을 찾을 필요가 없을 인물이다. 칠레해안에서 ‘카카푸에고’라는 별명을 가진 스페인 황실의 보고(寶庫)를 공격하여 그 배로부터 금은보화를 옮기는데 5일이나 걸렸다는 신화를 남기고 그는 그 결과물들을 엘리자베스 1세에게 바쳤다. 그는 기사작위를 받아 해적에서 이름 앞에 ‘경(卿)’을 붙이는 영광을 안았다. 


하멜이 제주해안에 난파당하기 전 그보다 35살이나 더 많은 ‘벨데브레’라는 네델란드인이 있었다. 그는 이미 조선에 정착하여 ‘박연’이란 이름도 얻고 가정도 꾸렸다. 또한 서양식 대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훈련도감에서 높은 자리의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하멜이 한양으로 이송되었을 때 통역을 맡은 그가 네델란드어를 거의 잊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한다. 그런데 그가 조선에 오기 전 직업은 네델란드의 사략이었다.  


사략은 점점 아프리카 국가들로 활동범위를 옮겨갔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 미국의 해군은 이들에게 국가의 이익을 줄 수밖에 없는 정도였다. 결국 두 번에 걸친 ‘바르바리전쟁’으로 이 세상에서 ‘사략’을 금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를 세계적으로 확인한 것이 제 2차 만국평화회의였다.    

 

네델란드는 1648년 독립과 함께 ‘범선’의 기능들을 향상시키는데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무역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시장은 원래 콜럼버스가 생각했던 아시아에 있었다. 말라카해협을 손에 얻은 네델란드는 아시아를 겨냥한 동인도회사를 설립하고 바타비아(Batavia:지금의 자카르타)에 아시아 본부를 설립했다. 그들은 바다로부터 노출되지 않았던 조선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바타비아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해안을 타고 올라가 중국을 만나고 일본의 나가사키에 도착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네델란드 호린험(Gorinchem) 출신의 ‘하멜(Hendrik Hamel)이 탄 ’스페르베르(De Sperwer)‘호의 1653년 여정은 운명의 장난이 일으킨 풍랑으로 일본과 중국 사이를 뚫고 표류한 뒤 제주도 해안을 만나는 것이었다. 


네델란드의 공식 수도는 ‘암스테르담’이다. 그러나 실질적 정치수도는 우리가 아는 ‘헤이그(Hague)이다. 실상 헤이그는 ’자위트 홀란트‘주의 주도이다. 이 지방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한 동네가 하멜이 태어난 곳 호린험이다. 그는 1653년 8월 16일 오늘 지친 몸을 이끌고 풍랑에서 살아난 행운을 제주도 산방산 아래쪽 해변 어디엔가에서 고마워하고 있었다. 


1907년 그의 고향의 수도에서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다. 헤이그밀사사건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기록에는 우리역사의 위대한 분들이 등장한다. 이준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법률가였고, 이상설은 용정에 서전서숙을 열고 독립운동가들의 자식들을 책임졌던 분이다. 이위종은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주재하던 러시아공사 이범진의 차남으로 젊은 나이에 불어와 러시아어, 영어에 능통했던 시대의 선구자였다. 


이 세상의 모든 일과 모든 지역은 끊어지지 않는 시공간을 매개체로 서로 묶여있다. 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과 개인적인 물질적 욕구가 가장 인간적인 본성임을 훈련시키는 일은 하나의 인격을 존재가치의 진정성으로부터 먼 곳으로 인도한다. 지금의 세상이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교육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들조차 존재의 소신을 물질주의에 두는 현실이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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