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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의 본질과 형식의 비교 학교 및 사회교육개혁

2022. 9. 1(목) 동양일보 풍향계 논설문

교육개혁의 본질과 형식의 비교 

한희송(에른스트 국제학교 교장)


현재의 영국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세계최장기간 재임군주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아직도 1년 하고도 270여일을 더 견디어야 한다. 역사시대에서 기록된 자료들이 보여주는 세계최장재임이란 타이틀은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아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되는 전쟁과 열악한 시대적 약점을 가진 의료진의 처방들로 인해 턱뼈가 깨트려지고 후두부에 구멍을 낸 채로도 세계역사상 최장재임기간의 주인이 되었다. 그는 너무 오래 왕으로 살았기 때문에, 왕좌에 앉을 수 있는 권한을 그의 아들과 손자로부터 앗아가는 기이한 일들을 빚어내었다. 1715년 9월 1일 종래 그가 이승과 하직했을 때 적후사속(嫡後嗣續)은 증손자를 의미해야 했다. 루이 15세로 증조할아버지를 이은 부르봉(Bourbon)가의 4번째 왕은 인간의 역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더라도 감히 도전하기는 벅찬 기록에 자신의 공헌을 보탰다. 58년이 지나고도 251일이나 지난 1774년에 서거했으니 루이 14세와 자신의 것을 합쳐 131년에서 불과 며칠이 빠지는 재임기간을 만들었다. 이 두 왕이 자신의 역할들을 끝냈을 때 세상은 바로크에서 근대시민혁명시대로 이동해 있었다.   


이성과 논리의 시대에 들어선 세상은 지난 세대가 여러 천년을 공들여 내어놓은 결과물들은 비교도 할 수 없이 발달한 기술들을 마치 마술처럼 뚝딱 만들어 내었다. 산업혁명이란 이름이 부여되는 온갖 분야들은 기술을 발전시키기에 앞서 존재와 인식의 깊이를 바탕으로 했다. 그를 기반으로 고전역학은 상대성이란 다리를 건너 양자역학으로 발전했다. 이는 볼 수 있는 입자와 보일 수 없는 파동이 인간의 인식과 연결되는 환경의 다름을 의미할 뿐, 절대적 기준에 의해 구분되는 대상이 아님을 의미했다. 


어떤 일을 성취할 가능성에 불과한,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라는 개념은 눈에 보이는 상태로 바꿀 수 있는 입자들의 모임을 나타낸 질량을 가진 물체와 빛의 속도를 두 번 곱한 상수(常數)를 계수로하여 상관성을 가진다. 이런 괴이한 마술을 아인스타인이 부렸을 때 과학은 이를 “질량-에너지 등가의 법칙”이라고 이름 붙였다. 어떤 상자 안에 들어있는 고양이의 삶과 죽음을 논하는 일을 점쟁이부터 과학이 가져와야 한다는 슈레딩거의 주장을 과학은 “슈레딩거 방정식”이란 용어로 머리 꽤나 좋다는 사람들까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도 과학적 설명 대신 몰지각한 사람들의 비이성적 감정이 활개 치는 역사가 꼬리를 감춘 것도 아니었다. 1923년 간토대지진의 혼란기가 되자 그 책임을 목숨으로 갚아야 했던 것은 그저 공격의 대상이 되기에 적합한 조선인들이었다. 민족주의의 의미를 국수주의(國粹主義)와 구분할 능력이 없는 히틀러는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2차세계대전이라는 참담함의 극치를 역사의 무대에 올리는 일을 했다. 거기에 이용된 것은 혁명적 과학의 발전이었다. 인간과학의 역사에서 금메달을 차지할 만한 기술들은 그 일들이 내면적으로 지닌 철학과 인식의 가치적 부분을 과감히 버리고 휴머니즘 대신 가증한 거짓만으로 쌓아 올린 탑을 세웠다. 


교육과 기술의 발전이 철학과 인격을 배격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우리는 안다. 우리나라가 아이들의 교육에 개혁을 요구해야 할 때임을 아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손에 들린 작은 기계들에게 게임이란 이름을 대면 무턱대고 아무 때나 아무나 죽일 수 있는 특권을 준다는 것을 안타까워 한다. 이것을 현실이라고 인정하는 한 철학과 인격을 내팽개친 기술은 언제나 간토대지진의 죽창(竹槍)이 되고, 미사일이 되고, 인간이 만들었으나 인간 위에 군림하는 원자폭탄이 되기 때문이다. 


루이 14세가 이승을 하직하고 루이 15세가 프랑스 왕권을 물려받은 날도 9월 1일이고,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때도 9월 1일이며,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함으로 2차세계대전을 시작한 날도 9월 1일이다. 인간의 모든 일과 기술은 인격과 철학과 그 추상적 진리로부터 멀어지면 인간의 친구가 아니라 그저 숫자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교육개혁이 피땀 흘려 외쳐져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것 때문이다. 방법을 바꾸어 진리를 고치려 하는 일은 비싼 옷을 입어서 인격을 갖추려는 노력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개혁이 방법론에 머물러 있는 것이 그저 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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