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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9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9

후문이는 계속 창고 안에서 서성였다. 어두운 이곳을 돌아다니며 찾는 다는 것은 별 의미 없는 일인 것 같았다. 후문이는 할아버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찾을 수 있을게다 네가 주인이라면 말이다”

후문이는 할아버지가 남기신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주인이라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이 어두운 곳에서 어떻게 찾는 단 말이지?’
창고 안은 깊은 어두움에 자신의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찾는 단 말인가
‘이런 어둠 속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해’
후문이는 밖에 나가 횃불을 가지고 올까 생각했지만 곧 관두었다. 만일 횃불이 필요했다면 할아버지가 말씀을 안 하셨을 리가 없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뭔가 번뜩이는 생각이 났다.
‘내가 주인이라면 찾을 수 있다고 하셨지. 그렇다면 칼과 방울이 주인을 찾아 와야지 되는 거 아냐? 내가 찾을게 아니라!!’
후문이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어둠속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어둠이 익숙한 칼과 방울은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후문이는 그것들을 부르기로 했다. 어두워도 소리는 들을 수 있을 테니깐 말이다.
“칼과 방울은 듣거라 여기 너희들의 주인이 왔으니 주인을 영접하거라”

역시 영민한 후문이였다. 후문이의 말이 끝나자 마자 어디선가 톡톡거리는 소리와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이시다~ ~
~~주인님 오셨다~~

갑자기 후문이의 주위가 밝아지더니 칼과 방울이 나타났다. 후문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이제 때가 되었으니 나랑 함께 이곳을 나가자”
칼과 방울은 노래를 부르며 후문이를 따랐다.
창고 밖으로 나가자 소천국 할아버지가 웃으며 후문이를 반기셨다.
“역시 내 손자이구나~!!!”

“당신 손자이기도 하지만 내 손자이기도 합니다”
후문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아보니 백주 할머니가 환하게 웃고 계셨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선문이 형도 함께 와 있었다. 선문이는 정말 대단하다며 후문이를 추켜 세웠고 서로 칼과 방울을 만져 보며 신기해했다. 칼과 방울도 기쁜지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선문이도 창고 안으로 서둘러 들어가거라”
백주 할머니의 말씀에 선문이도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창고 안이 심하게 어두웠다. 하지만 후문이와 같은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할과 화살을 구할 수 있었다. 단지 매우 무겁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총명의 아이들은 듣거라. 이제는 떠날 차비를 하거라 세상의 깊은 수렁으로 가서 푸른 거신의 마지막 남은 힘을 제거 하거라”

그것은 정말 긴 여정이었다.
세상의 가장 깊은 곳, 그곳은 천지대왕이 도수문장이었던 시절, 푸른색의 거신과 최후의 일전을 벌이던 곳이었다. 그 싸움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땅이 끓고, 검은공기가 타고 또 타고 있었다. 살아 숨 쉬고 있는 생명체의 흔적도 없는 곳, 새들도 거부하고 구름마저 허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거신의 숨결이 매 순간마다 땅을 뚫고 하늘로 솟구치는 곳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부리는 곳, 거신의 안타까운 몸부림이 여전히 살아있는 곳이었다.

선문이와 후문이의 몸을 지탱하는 지팡이마저 다 닳아 없어질 정도로 기나긴 여행, 달이 바뀌고 계절이 변하고 해가 지나갔다. 또 그 해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이들이 한 걸음 한 걸음씩 세상의 수렁을 향해 다가갈수록 태양과 달의 방해는 결사적이었다. 낮이면 태양이 뿜어내는 엄청난 열기와 밤이 되면 달의 폭발적인 냉기가 총명의 아이들을 죽음의 끝자락으로 이끌었다. 그들은 이 두 젊은이들이 포기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죽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두 태양과 두 달은 서로가 번갈아 가며 총명의 아이들에게 고통을 선물했다. 가득한 열기에 한치 앞을 바라보기 힘들었고 사납고 차가운 눈보라에 그들의 몸은 굳어져갔다. 하지만 선문이와 후문이의 의지와 각오 또한 강해져만 갔다.
어떤 고통에서도 그들은 굴하지 않았다. 태양과 달은 점점 몸이 달아 올랐다. 저 총명의 아이들이 향하는 곳 그곳이 바로 자신들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총명의 아이들은 세상의 수렁에 다 달았다. 그들은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두 개의 태양은 서로 먼저 사라지려 했다. 두 젊은이들이 쏘는 활에 하늘에 지배권을 주고 싶지 않았고 이렇게 사라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태양이 서로 싸운다. 태양이 붉어지고 천지가 노랗게 변해갔다. 선문이가 먼저 활시위를 당긴다. 태양은 긴장했다. 제발 저 화살이 자신에게 닿지 않기를 기도했다. 선문이의 활을 떠난 화살은 기이한 소리를 내며 태양에게 날아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먼저 사라지려면 태양의 뒷통수에 정확히 꽂혔다. 태양은 땀과 피를 흘렸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총명의 아이들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화살을 맞은 태양이 비명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산산조각이 난 태양은 저 넓은 우주로 퍼져갔다.

그 다음은 후문의 차례였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달이 지기를 기다리던 후문은 나중에 사라지려던 달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차가운 새벽 냉기를 뚫고 날라간 화살은 달은 목덜미에 꽂혔고 달은 한숨과 울음 그리고 원망을 남기며 부서져 갔다. 이렇게 태양과 달은 저 하늘의 별이 된 것이다.

백주부인은 태양이 흘린 피, 땀, 눈물을 거두웠고 소천국은 달이 흘린 한숨, 울음 그리고 원망을 모았다. 백주부인과 소천국은 이들을 모아 땅에 심었고 후에 그들은 꽃이 되었다.
울음꽃, 웃음꽃, 피살이꽃 등등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 중 태양의 땀과 눈물이 피와 섞여 핀 꽃이 있었으니 그것이 저주와 죽음의 꽃이라 불리우는, 세상을 파멸로 몰고 가는 꽃 바로 수레멸망악심꽃이었다. 
제목 등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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