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avigate_next  열린 강의  navigate_next  선생님 편지

선생님 편지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7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7



총명을 아기를 낳고 기르는 것이 이토록 어렵고 힘든 일인지 몰랐었다. 아이를 낳을 때도 배속에서 누가 먼저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몰라 진통을 너무 오랫동안 겪었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서 혼자 애를 낳느라 고생이 무척이나 심했다. 또한 아기들은 엄마가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스스로 불안을 느꼈는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 였고 조금 자라자 여기저기를 엉금엉금 기어 다니다가 다치기 일쑤였다.

장난이 하루일과인 나이가 되자 부엌에서는 솥을 엎어버리거나 빈번하게 불을 냈으며 밤에 화장실이라도 가면 열에 하나는 반드시 똥통에 빠지는 일이 생겼다. 문짝이 약해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 부서질 것 같았는데 찬바람을 막아주지 못하니 아이들은 기침으로 날을 샜다. 엄마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아이들은 곧바로 위험에 처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총명이와 같은 그 당시의 엄마들은 아이들 때문에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여름이 되면 우물물이 말라 먼 곳으로 물을 찾아 다녔으며 외양간은 수시로 망가져 소를 비롯한 집짐승들이 다치고 어쩌다 장독에 담아두는 곡식이 있어도 오래지 않아 썩어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리니 곳간에 재물이 쌓여서 해야 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선문이와 후문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건강하게 자라는 편이었다. 특히 선문이는 할아버지 소천국을 닮아서 활을 매우 잘 쐈다. 백발백중의 실력을 자랑하는 선문이의 활솜씨는 삼촌인 귀네기또의 자랑이었다. 그래서 귀네기또는 선문이에게 ‘할아버지가 이 사실을 아셨다면 매우 기쁘게 생각하셨을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총명은 선문이가 할아버지의 활솜씨만 닮고 성격은 할머니와 비슷해서 다행이였는데 할머니처럼 선문이는 모든 일에 신중한 편이었다. 동생인 후문이 역시 활솜씨가 매우 뛰어났는데 귀네기또를 따라 다니며 사냥하는 것을 즐겼다. 그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너무 앞서다가 다치는 일이 많아서 총명이 외출을 금할 정도였다.

선문이와 후문이가 15살이 되던 날, 귀네기또는 총명에게 이제는 때가 되었으니 두 아들을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총명 역시 남자가 15살이면 스스로 알아서 할 나이라고 생각해서 두 아들을 방으로 불렀다.
“다들 알다시피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하늘나라에서 천지대왕을 모시고 계신다. 예전에 할머니가 오셔서 나에게 박씨 두 개를 주시면서 때가 되면 너희들에게 이 박씨를 줘서 양지바른 곳에 묻으라 이르셨다. 내가 어제 귀네기또 숙부와 상의를 한 바 이제 너희들에게 박씨를 줄 때가 되었다고 결정했다. 이제 이 박씨를 줄 터이니 천지대왕님의 뜻을 반드시 찾도록 하여라”
그때 후문이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 양지바른 곳을 찾아 묻으라 하셨는데 어디가 양지바른 곳입니까?”
“후문아. 양지바른 곳이란 해가 잘 드는 곳을 말하니 그런 곳을 찾아 박씨를 심으면 될 것이지 굳이 어머니에게 여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선문이의 말이 끝나기 전에 성격 급한 후문이가 말했다.
“하늘에 태양이 두 개라서 해가 잘 드는 곳은 수없이 많습니다. 도데체 그 중에서 어디가 양지바른 곳이란 말입니까”
선문이의 좀 나무라는 듯 한 말투에 짜증이 난 후문이였다. 총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아까 말하지 않았느냐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신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인간이 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선문이와 후문이도 자신들이 남보다 특별하게 태어났다고 해서 저절로 신이 될 수는 없다. 자신들의 능력을 최고로 선보여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것도 천지대왕에게 말이다.

총명의 아이들은 양지바른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지간에 양지바르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우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천둥 번개가 하늘을 찌르던 날, 오랜 가뭄에 미안했었는지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는 마을 곳곳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선문이가 일어나보니 비는 그치고 맑은 햇빛이 마당을 비추고 있었다. 선문이는 후문이를 깨워 우리집 마당이 바로  양지바른 곳이니 이곳에 심자고 제안했다. 선문이의 말을 들은 후문이는 형이 심는데 자기도 심을 거라고 끝까지 우겼고 할수 없이 같은 곳에 박씨를 심자 순식간에 싹이 나오더니 하늘을 향해 덩굴을 만들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개의 씨에서 나오는 덩굴이라 너무 힘차게 올라가 결국 천지대왕의 용상까지 올라가서 감아버렸다.

선문이와 후문이는 총명과 귀네기또에게 인사를 하고 덩굴을 오르기 시작했다. 총명은 하늘에 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떡을 쪄서 아이들에게 주었다.
‘어머니의 말씀이 맞았구나’
하늘로 끝없이 향한 덩굴을 타고 올라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를수록 가까워지는 두 개의 태양이 뿜어내는 열기에 그들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차가운 두 개의 달이 쏟아내는 냉기에 그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한다 한들 다시 내려갈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총명의 아이들은 서두르지 않고 착실하게 한단계 한단계 올라갔다. 결국 총명의 아이들을 석달하고도 열흘을 타고 올라야 했고
 마침내 천지대왕이 있는 하늘로 올라 갈 수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하늘에 오른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비어있는 천지대왕의 용상이었다. 박씨 덩굴이 용상을 감싸고 있었는데 지친 후문이가 앉으려고 다가가니 용상의 왼쪽 뿔이 부러져 있었다. 후문이가 다시 이으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을 때 였다.
“욕심들이 과했구나~!”

선문이와 후문이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다보니 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바로 총명의 어머니이자 선문이와 후문이의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인 소천국과 백주부인이었다.

제목 등록일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5 2012-07-05
홈페이지로 돌아오기... 2012-07-04
한국신화의 세계관 2012-07-04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4 2012-07-04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3 2012-07-03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2 2012-07-02
저의 근황에 대해서 2012-06-29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1 2012-06-29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0 2012-06-28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9 2012-06-27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8 2012-06-27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7 2012-06-26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6 2012-06-25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5 2012-06-22
케빈과 함께하는 한국신화-4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