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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역사공부 하실 때...

물론 모든 공부방법은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냥 "공부방법이~~" 라고 시작하면 잘 이해가 안 가실까봐, '역사공부 하실 때...'로 시작합니다. 또한 이 방법은 공부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상살이에서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잘 읽고 실행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공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공부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 정말 한 숨이 나옵니다. "어차피 지나고 나면 까먹을 것을 무엇하러 저렇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여러분이 유럽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데, 자기가 어디에 있는 줄 모른다고 칩시다. 갔다 와서 '참 이상하더라'라는 말 이외에는 할 것이 없습니다. 여행을 하기 전에 공부를 먼저 하고 하라는 말은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길을 찾을 때도 모든 길 눈이 밝은 사람은 어디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파악합니다. 길눈이 어두운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자기가 찾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알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생 헷갈리면서 삽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공부방법은 자기가 어디있는지 알려고 하면 오히려 야단맞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 왕 "필립 4세가 영국의 에드워드 1세와 전쟁을 벌였다."라는 말이 있으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지금 프랑스의 어느 때에 어느 곳에 있는지, 영국의 에드워드와는 어느 시절에 어느 곳에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팰립4세가 프랑스 역사의 어느 시절의 사람인지 프랑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대충 "누가 누구랑 싸웠대,"라고 공부하는게 편합니다.

또한 예를 들어서 필립 4세는 나바르 왕국의 조앤과 결혼하게 됨으로서 나바르의 왕도 되고 상파뉴지방의 백작도 되었다. 라는 글이 나오면 나바르가 어디인지 상파뉴는 어디인지 이걸 알면 자연적으로 다른 것도 알아지는데, 모두 "에휴, 그런거까지 언제 다 해?"라고 생각합니다.

"ㅇ"과 "ㅓ" "ㅁ"을 따로 외우는 것 보다 '엄마'라는 단어를 외우기가 더 쉽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ㅇ'도 모르는데 'ㅇ'이 들어간 '엄마'라는 단어를 어떻게 외워... 그러니 열심히 먼저 'ㅇ', 'ㅓ', 'ㅁ', 'ㅏ'를 먼저 공부하자.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엄마'라는 말을 알게 될거야... 라고 생각합니다.

갓 태어난 어린애에게 이런 방식으로 실험을 해 보면 그 아이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엄마'정도의 말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보통의 행활회화에 대해서는 자기 자식에게 완벽한 방법으로 학습을 시킵니다. 그래서 결국 모든 부모가 모국어 교육에 성공하지요...

그런데 딱 거기까지만 그렇게 하고 이제 모든 것을 거꾸로 합니다. 그러니 안 되지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엄'은 'ㅇ', 'ㅓ', 'ㅁ'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어떻게 ㅇ,ㅓ,ㅁ을 알지 못하고 먼저 '엄'부터 공부하라고 할 까? 이해가 안 갑니다. 그래서 오랜 고민끝에 이 세상 모든 공부는 되지도 않는 형식을 택하게 되지요...

왜 학교교육이 비판받는지 아시겠지요? 이 세상의 천재들은 대부분 학교 교육에 정면으로 맞선 사람들입니다. 이 학교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서 늘 분란만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학교다닐 때는 '이상한 아이' '또라이' '부적응자'의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참으로 많았지요. 위인전을 읽을 때도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교공부를 잘 했다... 라는 구절이 있는 위인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 현실을 보면서도 다시 공부하려 하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나무를 알아야 숲을 알지요."

필립4세는 카페왕조의 11대 왕입니다. 영국와 에드워드 1세는 프랑스에도 땅이 있었는데 아퀴텡이란 곳이지요. 요걸 빼앗으려고 난리를 피우다가 돈이 다 떨어집니다. 그래서 교회에도 세금을 부과하고 십자군운동으로 유명한 그래서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고 있는 성전기사단을 모두 이단자로 내 몰아서 화형시켜버립니다. 이때 기사단장이 Jaques de Molay입니다. 교회에 세금을 부과하니까 교황가 한 판 붙게 되지요.

이때, 희한하게도 필립4세가 대충 이기게 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고요?

중세의 왕들은 힘이 없었습니다. 자기 직영지의 영주에 지나지 않았지요 이것이 중세의 특징입니다. "땅이 있는 곳에 권력이 있다." '황제' '왕' '공작' '백작'등의 명칭은 그냥 장자에게 상속되는 허울이고 진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땅이 얼마나 크고 비옥해서 많은 세금이 나오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필립4세가 지독하게도 못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준 왕인데도 역사적으로 멋진왕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중세의 구조를 깨트려서 '국가'라는 개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게 된 거의 최초의 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교회에 대한 과세 문제로 교황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것은 교회의 권력을 왕의 아래에 두었다는 의미이며, 혹독한 전쟁을 치루기 위해 끊임없이 봉신들의 참여를 강제해야 했으므로 영주들도 손아귀에 두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전쟁을 수행해나가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돈이 필요할 때마다 제후들에게 손을 벌리고 싶이 않아서 조세를 법제화 하려고 노력한 왕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결국 종교와 세속의 모든 권력을 왕 한 사람 아래에 두어야만 하게 되었는데 이를 어느 정도 실행한 왕입니다. 이것이 하나의 국가를 통일하는 기세로 발전해서 결국 지금과 같은 국가의 개념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니까 '국가'가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역사에서 필립4세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이런 흥미진진한 사실들을 공부하면서 재미있고 쉽게 그리고 생산성있게, 또한 점수도 잘 나오고 잊어버리지도 않게 공부하라고 하면 사람들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저도 대학교를 다니면서 주변의 친구들에게 늘 들었던 말.... "너는 왜 시험에 안 나오는 것만 공부하냐?"

또한 제가 공부하는 방식을 알려 주면 항상 "시험에 안 나오는 것을 왜 해? 시험에 나오는 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르는데..."

모든 천재들은 공부방법을 압니다. 자기 자신이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입니다. 모든 천재들은 자기 자신이 천재라는 사실을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냥 "내가 어디에 있지?"라는 의문이 드는 일과 그 의문이 해결되지 않으면 '필립4세'같은 간단한 단어도 아무리 노력해도 외워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이 천재들은 어렸을 때는 자기가 멍청인줄 알고 큰다는 것... 이 대부분의 공통점이지요.

이 세상 모든 일을 할 때, 공부할 때, 시간적 공간적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기억하고 꼭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가 전문강사교육주간입니다.
강의 때 마다, 늘 조심스러운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공부해 오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하루의 강의로 책 한 권을 다 강의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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