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avigate_next  열린 강의  navigate_next  선생님 편지

선생님 편지

 

공부... 그 미친 짓...

막내가 방학을 맞이해서 대책없이 놉니다.
그 나이 때에는 다 그러는 거지만, 그래도 적어도 공부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기는 해야 할 것 같애서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요즈음 너무 대책없이 노는 것 같아. 공부를 조금은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이 놈 대답이 한국의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이 없습니다.
"내일부터 계획잡아서 할꺼야."입니다.
이 대답에 대한 저의 반응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공부를 계획을 잡아서 한다는 것은 안한다는 이야기와 같은거야. 왜 그럴까? 첫째, 공부는 문제를 푼다든지 또는 이와 유사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야. 마치 영혼의 호흡같은거야.
이 세상사람들은 태어나서 밀림에 고립된 채 늑대의 젖을 먹으며 늑대와 함께 자라면 육체는 사람이되 늑대가 된단다. 즉 몸이 사람이어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야. 사람이 사람인 것은 몸이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의 영혼이 있어서란다. 몸이 살기 위해서 우리는 숨을 쉬어야해. 마찬가지로 영혼이 살기 위해 그 영혼도 숨을 쉬어야 한단다. 그것이 바로 '공부'야.

영혼이 숨쉬는 방법은 매우 간단해. 마치 육체가 숨쉬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쉬어지는 것처럼 영혼이 숨쉬는 방법도 역시 영혼 자신도 모르게 쉬어지는 것이란다.
생물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단다. 그것이 없으면 어느 생물이든 그냥 죽고 말지. 이 세상에 그 어떤 동물이라도 가까이 가면 경계하고, 공격하면 도망가거나 대들지... 그냥 가만히 있는 동물들은 죽은 동물이란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하늘에서 번개가 치면 쳐다 본단다. 그걸 쳐다보려고 노력해서 쳐다보는 동물은 이미 죽기 전의 마지막 행위로서만 그렇게 하지...

아무 호기심이 없다... 는 것은 둘 중의 하나야... 이미 죽었거나... 어마어마한 고통을 동반한 훈련을 통해 호기심이 없도록 만들어졌거나...

이 세상 모든 동물은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앉아있으면 참으로 무료함을 느낀단다. 사람도 마찬가지지. 반대로 의미없는 짓을 계속하면 참으로 텅 빈 가슴을 느끼게 된단다. 누구나 실험해 볼 수 있어...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만 해 봐. 그러면 모진 후회만 남게 된단다. 아니라고?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은 더 좋아 한다고? 그래? 그말이 정말이라면 그대로 컴퓨터 게임만 하게 놓아 두어 봐... 그 아이가 언젠가는 모진 후회를 하게 될 텐데... 일주일만에 그렇게 되면 살기라도 할거야...
그러나 몇 년이나 그렇게 하다가 언젠가 그것이 무료해지는 날이 오면 아마 죽음을 선택하게 될 걸?
아니라고? 그런 후회조차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그래 인정해 줄게... 그러나 아마존 밀림에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가 인간일까? 늑대의 젖을 먹는 것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도사가 되어 있으니까, 어마어마한 인기와 돈을 독차지하게 될까?

공부는 그저 호기심을 갖는 행위야... 아니, 반대야. 호기심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는 행위야...이 세상 모든 생물은 호기심을 가지고 태어난단다. 그러니 호기심을 아무리 갖고 싶지 않아도 갖게 되어있어. 그런데 '교육' 또는 '공부'란 이름으로 둔갑한 어떤 희한한 제도를 통해 정부와 사회와 학교의 세가지 조직은 삼위일체를 이루어 아이들로 부터 이 호기심을 빼앗도록 체계화 되어 있단다. 왜 그러냐고?

그건 그 사람들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호기심의 흐름을 모르기 때문에 내린 우매한 결정들 덕분이지...
호기심을 통해서 10진법을 만들어 낼 수 있어. 그러면 덧셈, 뺄셈 등을 쉽게 할 수 있지. 그러나 이미 10진법이 만들어 진 후에는 더 이상 10진법은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란다. 그런데 처음 10진법을 안 사람들 수준에서 10진법을 생각해 내는데는 어마어마한 호기심이 필요한 거였지. 그래서 이것을 가르쳐 주고자 학교라는 시스템을 만든거야...

이 학교에서 더 이상 호기심이 대상이 아닌 10진법을 열심히 가르치는 거야...
만일 이 시스템이 옳다면 요즈음 덧셈과 뺄셈을 자유롭게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그걸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예수보다, 부처보다. 순자보다, 소크라테스보다 위대하다는 결논이 나겠지?

호기심은 모르는 것을 깨우치는 행위야.
이 세상 누구도 모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생각을 하지.
그러나 일단 그걸 알게 되면 누구에게나 알려 주어서 너무나 쉽게 그걸 모든 사람이 알게 하지. 이때 처음 알게 된 사람만 '호기심'을 발휘해서 이해 한 것이고 그 이후의 모든 사람들은 그저 남이 해 놓은 것을 암기하는 것 뿐이야.

네가 12 + 13 = 25라는 것을 쉽게 계산하고, 그건 오로지 네 스스로 계산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단다. 그건 네가 10진법을 열심히 네 머리 속에 타인의 의지로 넣은 결과일 뿐이지... '10진법이 뭐니? 라고 물으면 아마 대답하기 힘들거야...
다시 말해서 그 계산은 너의 머리에 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어간 어떤 기계적인 10진법이라는 시스템에 의해서 계산이 되는 것이지 네가 10진법을 이해하고 네 스스로가 '수'라는 것을 이해해서 네가 스스로의 힘으로 계산한 것이 아니란다.

그런데 모두 자기가 한 것으로 속고 사는 것이지...

현재의 세상은 이렇게 사람들 자신이 자신을 속이면서도 속이는 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기능들로 가득하단다.

사람들은 이 기능들을 익혔을 뿐인데 그리하여 자기 생각은 없고 만들어진 기능에 따라서 그저 살아갈 뿐인데. 마치 자기가 자기 인생을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지... 영화 매트릭스(matrix)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꼬집은 영화란다.

이 기가막힌 구조에 빠지지 않는 것 그저 자기 영혼이 숨을 쉬게 만드는 것.
그것이 공부야...

아빠를 보렴, 그저 자유롭게 생각하잖니? 아무 때나 책을 보잖니? 길거리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전철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아무 때나 책을 보잖니? 그 책들이 얼나나 재미있는지 볼까?

사람들은 '공부'를 하라면 너무나 재미없고 지겹기만 한 책들을 떠 올린단다. 도서관을 생각하고, 학교나 학원을 다니려하고, 마음 속으로 부터 무엇인가 정리해서 외우려고 단단히 다짐을 한단다. 거기다가 어마어마한 계획까지 하지...

아빠가 지난 주에 산 책을 한 번 볼까?
'명장일화'(조선을 지킨 명장들의 야사), 헨리 8세의 후예들, 불륜의 조선사, 스캔들 미술사, 세계역사의 미스터리, 유머러스 영국역사, 이조오백년 야사, 그 어떤 이야기 책들보다 웃기고 기가막히도록 희한한 이야기들이 가득차 있는 책들이지...

물론 보통사람들이 재미없어할 책들도 여러 권 샀지? '십자군' '신성로마제국''로마멸망이후의 지중해 세계' 그 이외에도 여러 권의 과학도서를 샀어.

전자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아빠가 길거리에서, 전철을 기다리면서, 기분이 나쁠 때 읽는 책들이고 후자는 아빠에게는 더욱 재미있는 책들로서 잠자기 전에, 일찍 일어나서 또는 시간이 조금 있을 때 읽는 책들이란다.

이 책들을 읽으면 재미있을 뿐더러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더욱 영혼이 살아 있음을 느끼지... 그러나, 이 화창하고 시원한 날에 방구석에서 계속 TV나 보고 있으면 영혼이 점점 죽어가는 것을 느낀단다.

안 그런 사람도 많다고? 그래 그 사람들이 지금처럼 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지 한 번 돌아 볼래?

그런 느낌조차 없는 사람의 영혼은 이미 살아 있는 것이 아니란다.

일부러 죽을 필요는 없는거야.

오늘부터 그저 너의 영혼이 숨을 쉬게 해 줘...
그러면 새벽바람처럼 신선한 공기의 냄새를 맡게될거야...
그게 공부란다.

그러니, 계획을 세워서 하는 공부는 절대 공부가 아니란 것을 알아 두렴...
그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쉬는 것 그것만이 공부니까...


쓰고 나니까 기네요...
말로 할 때는 불과 5분도 안 걸린 이야기인데...

자신의 영혼을 죽이고 어떤 시스템에 자기 자신을 맡기는 것을 공부라고 아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만든 시스템에서 허덕이지 말고...

자기 자신의 영혼으로하여금 숨을 쉬게 하는 것.
단 한 순간도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
그것만을 공부라고 한 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래봅니다.

ernest
제목 등록일
Jerusalem과 Bethlehem 2011-01-26
vincent 님의 질문에 관하여... 2011-01-25
아빠에게 배우는 유럽사 - 9 (중세기독교의 이해 3) 2011-01-25
아빠에게 배우는 유럽사 - 8 (중세 기독교의 이해 2) 2011-01-20
전강이후의 유럽사 공부 2011-01-20
늦은 인사와 문화탐방 2011-01-19
아빠에게 배우는 유럽사 - 7 (중세 기독교의 이해 1) 2011-01-13
역사공부 하실 때... 2011-01-12
공부... 그 미친 짓... 2011-01-11
새해에 변하는 것들... 2011-01-10
감사인사와 어린 천사 2011-01-10
아빠에게 배우는 유럽사 - 6 (중세유럽 귀족제도의 이해) 2011-01-06
아빠에게 배우는 유럽사 - 5 (장원제도의 이해) 2011-01-04
아빠에게 배우는 유럽사 - 4 (봉건제도의 구조와 개념) 2011-01-04
세계사 강의의 개편... 201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