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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경주여행

가족들이 모이게 되어있어 떠나기전 홈피를 보니 둥지학원 원장님께서 따님을 데리고 신라를 돌아보고 오셨다고해서 경주여행기를 올립니다. 이미 7년전의 간단한 기행문이라 저도 오랫만에 열어보았습니다. 지금은 제4의 제국도 읽고 삼한지도 읽고있기때문에 경주여행을 하고 쓴다면 감회가 또 다르겠지만 이것은 또  옛날의 저이니 고칠필요없겠죠. 담에 부여여행을 하신분이 있다면 부여여행기를 올리겠습니다. 태국 다녀오신 분이 있으면 태국여행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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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12, 9

경주여행

 삼성에 와 있다. 홈페이지 작업에 관련된 녹음을 하고 이제 돌아가도 된다. 한국말이 안되어 몇번 NG를 내고...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돈도 많이 썼지만 어디서 그만한 행복을 얻을 수 있으며, 아이들에게 그만한 교육을 시킬수 있을까? 그 넓은 콘도도 겨우 5만원에 빌렸으니 운도 좋았던 편.
 나도 그랬지만 겨레에게도 아주 큰 선물, 교훈이 되었을 것이다. 조그만 민주도 낯선 환경을 즐거워하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멋없는 아버지만나 가족끼리 어디 한 번 놀러가 본 적 없는 무미건조한 어린시절을 보낸 나는 이 아이들이 부럽다. 그리고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여건을 마련해주는 남편과 내자신이 스스로 자랑스럽다.
 기대로 들뜬 우리는 차안에서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했다. 어떤 팝송이 나오자 남편이 말한다. 이 곡의 제목은 adxx01amokadxx01 이라고. 내가 물었다. 그게 무슨뜻인지 아냐고. 그는 모른단다. ‘‘amokadxx01은 Malay tongue이 되었다. 그 뜻은 영영사전에 ‘to go to berserkadxx01 이라고 나와 있고 이는 광기로 들어간다는 의미인데 최소한의 먹고 살 것만 있으면 어떠한 압제도 견디며 순종하던 국민들이 (이를 moral economy라하며 James Scott이 개념화했다) 그 ’최소한’의 것이 무너졌을 때 물불을 가리지 않고 광포해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수하르또 퇴진때나 Aceh에서 일어나는 난동등이 amok의 대표적 예이며 동남아특유의 현상이다‘라는 나의 설명에 겨레가 사족을 붙인다. ’엄마가 아빠 가르쳐주는 것 보니까 이상하다‘

 기대했던대로 경주는 신라천년의 고도였다. 이 곳 저 곳 뚝뚝 떨어져 있는 유적지를 꼼꼼히 찾아다닐때, 그 유명했던 선덕여왕의 능, 김유신의 묘, 불국사등지에서는 말 그대로 선조의 숨결과 발자취가 느껴지는 것 같아 숙연해졌다. 누가 바쳤을까? 선덕왕의 능 앞에는 단정한 국화다발과 꽃바구니가 예쁘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무 볼 것 없다고 들어오던 다보탑과 석가탑 앞에서 나는 그 아름다움에 감동을 느꼈다. 불국사가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 건축의 미를 한껏 살린 때문이라는 것이  남편의 설명이다. 눈발이 휘날리는 불국사. 나를 위한 축복의 눈이었던 듯.
 말로만 듣던 천마총도 들어가 보았다. 천마총은 토총이다. 학교다닐 때 고구려는 석총, 신라는 토총하고 외우던 생각이 났다. 석총과 토총의 중요한 차이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매일 틀렸던 것 같은데... 공부를 많이하고 아는 게 너무 많아 나를 늘 피곤하게 하는 남편의 설명은 이렇다. 석총은 돌로 만드는 것이며 시체가 누울 ‘현실’로 연결되는 길을 ‘연도‘라 한다. 그러므로 무덤의 입구에서 현실까지 이르는 벽에서 벽화가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토총은 사람이 죽은 후 시체를 묻고  바로 흙으로 쌓아버리므로 당연히 벽화가 없다. 이때 드는 중대한 의문하나. 하지만 천마총엔 천마도가 있지 않느냐? 그러나 그 그림은 벽화가 아니라 말안장 같은 가죽에 그린 그림이 아닌가?  그 때 선생님이 석총과 토총의 차이를 알고 설명해줬다면 내가 매번 헷갈리지 않았을텐데... 갑자기 짜증이 났다. 이 차이하나 깨달은 사실만으로도 내가 경주에 온 충분한 보람이 있는 것이다. 백제의 무녕왕때 고구려의 영향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이 사실만 알아도 외울 필요가 없던 것 아닌가? 
 목곽분이라 할 때 곽은 무엇인지 손으로 가리켜가며 설명하는 남편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자 그들을 흘끔 보며 겨레는 자랑스런 눈치였다. 분황사, 첨성대, 효소왕릉 등등을 돌아보고 나니 4시 30분. 다음날까지 있으면서 콘도에서 수영도 하면 좋겠는데 다음날은 겨레의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라 돌아가기로 했다. 교대로 운전하니 4시간이 넘는 거리도 그닥 지루하지 않았다. 사소한 모든게 즐거움이 되는 나에게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커피, 오징어, 통감자 구이 다 맛있었다. 뒤에서 쿨쿨 자던 민주가 또렷하게 말한다. ’엄마, 쉬할까?‘ 아니 언제 저렇게 다 컸지? 자다가 쉬하고 또 자는 민주를 보며 행복을 느낀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노론, 소론 당파싸움의 비참한 결과라는 설이 지배적이었으나 얼마전 사도세자의 죽음후에 영조의 심경을 담은 ’너는 왜 70 먹은 애비로 하여금 이런 일을 당하게 하느냐, 너의 죽음은 나의 의도가 아니었다...‘는 편지글의 발견으로 당파싸움설이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는 나의 말에 겨레가 얼른 차안의 음악을 끄란다. 그 역사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토록 좋아하는 HOT노래도 안듣겠다니 신통하다.

 주부들이 가장하고 싶은게 여행이라나? 나는 여행을 하고 싶을 때 외국여행이고 국토순례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처지가 너무 감사하다. 10년동안 어려워도 한번도 희망잃지 않고 열심히 산데 대한 하나님의 축복일까? 비록 해마다 내 생일을 잊어버리지만 그 때마다 미안해 할 줄 아는 남편도 고맙고... 올해가 가기전에 워커힐에 갈것같다. 그 곳에서 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남편친구의 초대로... 그리고 내년 남편의 생일에는 백제 유적지를 찾기로 했다. 물론 나도 미리 공부하고 아이에게도 공부시킨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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