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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발전시대에서의 교육개혁의 개념 학교 및 사회교육개혁

2020. 11. 9(화) 동양일보 풍향계 논설문

과학발전시대에서의 교육개혁의 개념

한희송(에른스트 국제학교 교장)


플라톤이 ‘아카데미아(Ἀκαδημία)를 물려준 모습은 당장 그의 “이데아론(theory of Forms)”의 존재자체에 대한 위험요소들을 자극했다. 월등한 실력을 드러내며 20년이나 자신 아래에서 수학(修學)한 아리스토텔레스를 지목하지 않고 자기 누나의 아들인 스페우시포스(Σπεύσιππος)에게 아카데미아를 물려주자 먼저 그 자신이 외삼촌이 쌓아 올린 철학적 명성에 도전하며 ‘진리’의 존재를 이데아적 방법론으로 찾아낼 수 없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발걸음은 이데아론이나 철학적 회의론 같은 추상에 우주의 원리를 집중시키고 싶지 않았다. 리케이온(Λύκειον)란 이름으로 자신의 학교를 설립하자 그는 형상(形相)과 질료(質料)를 먼저 대립시키고 물리적 객관성을 계통화하여서 우주를 이해하려는 경향을 택했다. 실내에서 이론적 논리를 찾는 일에 머물지 않고 학생들과 주변을 소요(逍遙)하며 눈에 보이는 식물이나 동물같은 존재에 이르기까지 그 기능적 그리고 물리적 관계들을 파악하는 일들을 ‘연구’라는 범주(範疇) 내에 불러 들였다.


아무리 미물(微物)이라도 그 형태와 부분을 세밀하게 기술(記述)하고 그로부터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형이상학을 접근하는 방법만큼이나 어렵고 집중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결국 철학에서 진리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과 물고기 한 마리의 몸의 구조나 그 기능 그리고 그로부터 관찰되는 움직임을 연구하는 일 중에서 어느 것이 더욱 가치 있고 어려운가를 따지는 것이 최소한 객관적으로는 경중(輕重)을 잴 수 없는 일이 되어 갔다. 이들은 대립적 관계보다 연관성이 희박하거나 오히려 상보적(相補的)이라는 생각이 자꾸 인간의 역사에 주입되어갔다. 이러한 의견들은 추상과 객관적 현실을 합일하고 서로를 격려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의 세상은 논리와 경험의 두 존재적 가치들이 자기 자신들의 본래적 경향에 너무나 몰두해 있다. 우리가 개미 한 마리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시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만큼을 요구한다. 나아가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일과 개미가 스스로 가지지 않는 정체성을 사람이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일의 경중을 재는 일은 점점 같은 크기의 중요성을 가져가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과 우리가 아는 어느 강아지의 죽음을 그 비통함으로 기준으로 중요성을 따진다면 그것 자체가 논리에 어긋나는 시대인 것이다.


이제는 작은 물건 하나도 그 속을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 원인이 산업의 발전에 있든, 과학혁명에 있든,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예기치 못한 진화에 있든 이를 따지는 일이 이미 과거를 더듬는 가치만 가지게 되었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능력으로 휴대폰을 만지고 인터넷 게임에서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할 필요가 없게 만들고 있다. 그러면 이 시대에서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은 어른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임을 인정해야 하는가?


에머슨(Ralph Emerson)은 “플라톤은 철학이다.”라고 했고, 화이트헤드(Whitehead)는 “가장 안전한 서양철학의 일반적 해석은 그것이 플라톤의 주석(註釋)이라는 사실이다.”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념적 사실의 객관화는 인간의 문명에 커다란 날개를 달아 주었다. 그러나 그 능력을 기술적으로 끊임없이 키우면 파에톤(Φαέθων)의 욕구를 통제해 주지 못한 헬리오스(Ἠέλιος)의 서글픔을 목표로 하여 사는 삶이 바로 이 시대 어른들의 삶이 될 수 있다.


교육은 개념상으로는 가장 간단한 분야이다. 다만 이를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이다. 기술과 그를 운영하는 방법의 발달은 뇌의 반응을 그에 맞게 키운다. 그 생각의 능력은 다시 삶의 철학의 재료로써 이용되어야 하고 그 깊고 넓어진 인생에 대한 철학적 이해는 기술의 발전을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유산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교육은 엄중하여서 경박(輕薄)한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책임 있는 어른이 되는 일은 교육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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