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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과 현상의 관계에 관한 교육적 해석 학교 및 사회교육개혁

2020. 9. 15(화) 동양일보 풍향계 논설문

관념과 현상의 관계에 관한 교육적 해석 

한희송(에른스트 국제학교 교장)


인간은 ‘만물(萬物)의 영장(英將)’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인간은 자신들이 적어도 존재한다는 수식어를 부여할 수 있는 다른 형태적 대상들에 비해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를 인정하는 순간 곧바로 우리는 인간이 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가 된 근거에 대하여 증명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이를 증명할 때 또한 절대적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육체적 능력에 그 근거를 부여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능력, 그를 바탕으로 하는 의사소통 능력, 그리고 그 위에 설정할 수 있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의 제작능력 등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드는 기본 조건들이라고 대부분은 생각한다.


사람들은 객관적 세상으로부터 거리를 둔 현상세계(現象世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 자체의 본질적 성격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관념론(觀念論)의 시작이다. 인간의 관념은 경험론으로 접근하든, 관념론 자체로 접근하든 결국 그 존재는 공리(公理), 또는 공준(公準)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무엇이다. 그리하여 가장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인간 관념의 존재는 증명의 강제로부터 제외된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고 할수록 더욱 뚜렷해지는 개념이 바로 관념과 물질적 존재형태가 갖는 상관관계이다. 육체는 생물학적 관찰로 객관화 시킬 수 있는 대상인 반면 관념은 철학적 관찰을 통해 그 존재를 객관화 시킬 수 있느냐 하는 형이하학(形而下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종교나 학문이나 형이하학적 문제는 결국 공리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불안함을 가진다.


관념도 추상이고 그 발원(發源)인 영혼도 객관적 판단으로 존재의 증명을 할 수 없는 추상이라면 추상으로 추상을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진다. 추상적 관념이 먼저 존재하고 그의 추이(推移)를 따라 육체적 과정이 대응된다는 설명은 이미 물질적 세상에서의 현상은 이 관념에 종속한다는 가정을 성립시킨다.


그러나 서양의 경험론과 동양의 주기론(主氣論)이 갖는 현상학적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관념론은 물리적 증거를 통한 명쾌한 반박을 제시하기 힘들다. 관념이 선재한다는 생각은 육체의 존재와는 독립된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육체를 바꾸어 가며 영혼이 존재형태를 유지하는 윤회설(輪回說), 또는 정신과 육체를 구분하는 여하한의 이론들에서는 주장되기 쉽다.


물론 주기파에도 기(氣)의 개념이 칠정(七情)이란 감정적 추상에 머물러 있는지 그것이 육체와 갖는 긴밀성을 포함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보이지만 어쨌든 그들의 출발점은 물질적 세상에서의 일이 관념을 만들어 낸다는 관찰의 각도를 공유한다. 동양의 관념론에 해당한다고 할 수있는 주리설(主理設)의 주장은 ‘물질세상이 먼저 존재하고 관념은 그에 따라 후차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기발이승일도(氣發理乘一途)에 의해 일축된다. 이에 의하면 관념은 존재의 증명이 어렵고 물질은 인간의 감각으로 인식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와의 마찰을 통해 일어나는 칠정(七情)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느낌들이다.


보통사람들이 교육을 다룸에 있어서 관념적 측면과 경험적 측면 또는 본질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을 정치 또는 현실성을 앞세워서 판단하려는 경향을 갖기 쉽다. 그러나 교육은 인간존재의 철학적 다툼이나 정치적 방향성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만 스스로의 논리를 가진다. 그리고 그 상아탑의 독립성에 의해서만 인간은 진정한 자유를 향해 발돋움할 수 있다. 교육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 아니라 모든 성향을 다 포함할 수 있는 사고의 넓이를 갖는 정도는 배움의 기초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는 인격을 기르는 일이다. 그런 인격을 기르기 위한 시도를 이제는 우리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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