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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생각의 역사기행 학교 및 사회교육개혁

2021. 9. 7(화) 동양일보 풍향계 논설문

교육과 생각의 역사기행

한희송(에른스트 국제학교 교장)


붉은 장미를 문장(紋章)으로 하는 랭카스터 가문과 하얀 장미가 문장인 요크가(家)가 보스워스(Bosworth)의 넓은 뜰에서 마지막 전투를 끝냈을 때 랑카스터 연합군의 사령관은 헨리(Henry)였었다. 그는 어머니가 랭카스터가문의 여인이라 장미전쟁에서 붉은 장미를 들었지만 아버지를 통해 얻은 가문은 ‘튜더(Tudor)’였다. 장미전쟁을 그의 승리로 끝냈을 때 영국은 플랜태저넷이나 랭카스터가 아닌 튜더왕조의 성립을 보는 허탈함에 젖게 되었다. 헨리는 자신의 약점을 보충하기 위해 튜더왕조의 ‘헨리 7세’라는 이름을 다는 것만큼이나 재빨리 요크(York)가문의 엘리자베스와 혼인을 맺었다. 1486년의 일이다.


유럽을 게르만의 땅으로 통합한 샤를마뉴 사후(死後) 그의 아들들에게 유럽은 분할되었고 결국 ‘신성로마황제’는 오토대제의 영향력에 의지해 독일왕들이 유산으로 받는 품목 중 하나가 되었다. 선제후들에게 추대되면 ‘로마의 왕’이 되는 것이고 이를 교황이 추인하면 ‘신성로마황제’가 되는 정도였다. 합스부르크가의 쇠퇴를 막고 다시 흥성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담당했다는 역사적 사명을 막시밀리안(Maximilian) 1세는 강하게 느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선제후회의에서 로마의 왕으로 선택된다. 역시 후안 엘카노(Juan Sebastián Elcano)가 화합의 메시지를 안고 태어난 1486년의 일이다.


그의 탄생에 대해 1487년을 주장하는 설이 있는 바와 같이 그의 탄생은 자신의 민족인 바스크(Basque)만큼이나 역사적으로 외롭다. 마젤란이 필리핀에서 죽고 나서 마지막 남은 한 대의 배를 끌고 스페인에 돌아온 것은 엘카노였다. 마젤란의 다섯 척 배는 남아메리카에서 두 척을 잃고 나머지 세 대로 태평양을 건넜다. 물론 괌이라는 섬에 들리기도 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넓은 바다를 건넌 배들 중 한 척은 허망하게도 필리핀에서 원정대장인 마젤란의 목숨과 같이 사라졌다. 그런 고생을 뒤로 하고 목적지인 몰루카제도에 도착해서 원정의 이익을 보장할 후추 등 향신료를 싣자 또 한 척의 배가 왔던 길로 돌아가겠다고 태평양을 향해 사라졌다. 이때부터 빅토리아호는 엘카노의 지휘로 남은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야 했다. 여정이 끝날 때 쯤에는 포르투갈의 공격에 선원들을 잃는 사고까지 겪었다. 스페인 싼루카(SanlÚcar)항에 도착한 9월 6일 그는 자신을 포함한 19명의 안전을 확인한 후 과달퀴비르(Guadalquivir)강으로 들어섰다. 출발항인 세비야에 도착하는 데 이틀이 더 걸려 9월 8일 드디어 그는 육지로 내릴 수 있었다.


내리자마자 그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직접 증명한 항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향신료무역에 대해 적고, 그리고 포루투갈에 잡힌 선원들의 구제에 대해 칼 5세에게 호소하는 글을 썼다.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많은 땅을 소유한 것으로 유명한 스페인-합스부르크의 칼 5세는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이끌며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는 유명한 별명을 스페인에게 안겼다. 그는 엘카노에게 귀족작위에 더하여 연금과 함께 두 명의 군인의 보호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엘카노가 죽은 후에 그의 모친은 연금을 이어받지 못했다.


귀국 후에 엘카노는 왕의 명령으로 다시 바다에 나갔다. 1526년 몰루카제도로의 항해명령을 수행하던 도중 그는 대양을 건너는 선원들을 죽이는 저승사자로 유명한 괴혈병에 걸려 인생을 마감했다. 세계일주로부터 돌아온지 했수로 4년만의 일이었다.


최초의 세계일주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마젤란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는 반 바퀴를 돌았을 뿐이다. 진정 지구가 둥근 것을 온전히 증명한 것은 엘카노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매우 드물다.


이유는 하나다. 세계일주는 마젤란이 있어서 시도된 것이다. 그 후 엘카노가 아닌 다른 사람이더라도 빅토리아를 타고 세비야에 도착할 수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은 최초의 세계일주를 마젤란과 엘카노의 원정으로 이름을 바꿀 의무를 느끼면서도 정작 사람들의 뇌리에서 맴도는 이름은 마젤란인 것이다. 그러나 9월 8일 오늘은 최초로 세계가 둥근 것임을 몸으로 증명한 엘카노를 담소의 주제로 삼기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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