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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01. 23. ESI Winter School 2020를 보내며(6)...Ernest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을 보기 위해 서둘지 않아도 되는 첫 아침입니다. 3주동안 주말도 없이 매일 평균 20여 시간을 아이들에 집중해 왔습니다. 오늘 하루는 쉬어야 하겠지요. 물론 귀여운 딸이 어제 밤에 왔기 때문에 짐을 푸는 것을 돕는 것 정도는 움직일 테지만요. 집사람과 찜질방에 가서 몇 시간 만이라도 쉬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허탈함은 무엇일까요?

은후, 석영이, 지모, 수민이, 연수, 정인이, 수진이, 민주, 서하, 이 어린것들로부터 다 큰 녀석들까지 얼굴이 떠오릅니다. 저는 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아이들에게도 가슴이 보풀거리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손을 댄 녀석들은 그저 그것들이 하늘이지요. 이 녀석들이 없으면 우리가 아무리 위대한 문명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불과 100년도 안 되어서 이 세상에 인류는 흔적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이 나라가 그렇고 이 세상이 그런 것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지금 살아있는 것 같지만 이 조그맣고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이 놈들이 없으면 불과 몇 십 년 안에 공룡처럼 땅 속에 처박힌 화석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의미 없는 존재들입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그 어려운 세상에서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 놓은 이유는 이 나라를 잇게하고 이 세상을 건사하여 유구한 선조들의 과업을 헛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으며 또한 우리 어른들의 존재를 가치있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어른들이 깨달아야 할 것은 이 아이들이 무엇을 하건 무엇이 되건 이들로 인해 선조들과 우리 어른들이 역사 속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린이 교육이 너무나 귀중한 것은 바로 이들이 위대하면 우리 모두가 위대해지는 것이고 이 어린 것들이 망하면 그 이전의 모든 선조들이 같이 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도, 한글도, 이순신도, 김구도, 안중근도, 또한 지금의 우리 어른들도 이 아이들이 살아서 그들의 삶을 살 때만 존재할 수 있는 허구에 불과합니다. 어린이 교육의 사명은 이렇게 생기는 것일 뿐입니다. 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가, 안정적 직업이라는 이유로 각광받고, 힘들지 않게 세상을 사는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고 너무나 슬퍼서 작은 학교를 내었습니다. 모든 것을 걸고라고 이 아이들을 올바로 이끌고 가르쳐야 함을 오늘 아침 다시 다짐하고 다짐해 봅니다.  


날씨가 참 좋습니다. 자꾸 눈물이 납니다.

하나는 생각과 철학이 위험한 이 시기에 이 아이들을 올바로 키워야 함을 감당해 낼 능력이 부족한 저 자신이 부끄러워 나는 눈물입니다. 생긴 것과 성격 모든 것이 달라서 그저 이 세상을 이루는 위대함 자체임을 모르는 세상에서 이 아름다운 생명들이 왜곡된 교육의 희생자가 되어 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바로 보면서도 나는 어찌 이렇게 무능하고 우둔하여 세상과의 싸움을 이기지 못하는가? 자책하고 반성하며 그저 눈물을 흘립니다.

두 번째는 이 아이들을 오늘 아침에는 보지 못하여 나는 눈물입니다. 그저 얼굴만 보아도 가슴이 저려오게 하는 이 귀중한 보물들을 매일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볼 수 없는 얼굴들이 있다는 사실이 자꾸 눈을 젖게 만듭니다.


긴 글입니다. 그러나 단 한 번만 모든 가슴을 열어놓고 정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나라의 교육개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정치도 아니요, 돈도 아닙니다. 그저 이 정도의 글을 정독할 수 있는 어른 들의 마음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