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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천안함 4주기에 부쳐...

천안함 4주기네요 벌써...
안타깝게 산화해 갔을 젊은이들과...
그들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의 가슴을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워서... 시 한 수 적어 봅니다.

3월 26일의 태양이여!
                        천안함 4주기에 바치는 글
                        한희송

서해의 아침을 열어라, 붉은 태양이여!
넘실대는 파도에 찬란한 은빛을 입혀라
오늘, 조국의 수호신이 된 내 형제
그들의 피로 엮은 물결을 일렁이게 하라.


조국을 지키다 산화해 간 자식들을
자욱한 심해의 적막 속에 남겨둔 채
우리 어미들은 너덜대는 목구멍으로
시간의 유리조각들을 매일 삼키고 있지 않는가?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저주조차 받지 못할 형체 없는 숫자들이
블랙홀처럼 텅 빈 사상의 공간 속에서
스스로의 욕심만 챙길 때
부챗살로 퍼져가는 아비들의 고통을…
태양이여! 3월 26일의 태양이여!
그댄 보고 있지 않은가?

너의 손길은 오늘 어디에서 방황하는가?
너의 눈길은 오늘 어느 곳을 헤매고 있는가?
어찌하여 시퍼렇게 뜬 외눈으로
우리에게 벌써 망각을 원하는가?

나무뿌리처럼 갈라진 천안함 잔해 앞에서
문드러진 민족의 젖가슴을 빨며
처절함을 이어온 지 4년
낮보다 더 화사한 조국의 고통은
이미 이 땅을 흥건히 적셨노라.
어둠보다 더 질척이는 어미, 아비들의 분노는
이미 화석으로 굳어졌노라

태양이여! 3월 26일의 태양이여!

그대! 조국을 위해 산화해 간 내 아들들을
서해의 바다 밑에 남겨두었는가?
이미 너덜해진 어미, 아비들의 목구멍에
깨진 유리조각들을 삼키게 하는가?

오늘, 서해의 아침을 열어
넘실대는 파도에 찬란한 은빛을 입혀라
오늘, 조국의 수호신이 된 내 형제들
그들의 피로 엮은 물결을 일렁이게 하라.

그들을 영원히 살아 숨쉬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