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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5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5


서쪽,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들이 살랑거리는 꽃밭이 있다. 알 수 없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갖가지 꽃향기 섞여서 형언할 수 없는 황홀감을 주는 곳이었다. 꽃들을 바라보며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보면 자기 이름이 불려질때 마다 꽃들은 저마다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한다. 그럴 때 마다 꽃가루가 금빛을 뿜어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금빛의 꽃가루들은 휘감아 돌며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노래의 선율에 맞추어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데 지상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멋진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서천 꽃밭이라 불리 우는 이곳의 꽃들은 모두 신의 꽃이다. 지상에 행복과 평화를 주기 위해 천지대왕이 창조한 선물이었다. 그러나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법, 천지대왕은 이 조화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태양의 땀과 눈물을 모아 어쩔 수 없이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만들어야만 했으니 그것이 바로 ‘수레멸망악심꽃’이었다.

살아남은 자가 없다는 전설.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수레멸망악심꽃에 대해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백주부인과 소천국은 세상의 저주를 한 몸에 안고 있는 이 수레멸망악심꽃을 천지대왕의 명을 받아 이곳 서천꽃밭에서 은밀하게 보관하였고 천지대왕의 허락없이는 어느 누구의 접근도 불허하였다. 아름다운 꽃들이 널린 이곳 서천꽃밭은 사실상 수레멸망악심꽃을 숨기기 위한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수레멸망악심꽃

검은 줄기 끝에 피어있는 짙은 붉은 꽃은 마치 뱀이 혀를 내밀 듯이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으며 그때마다 꽃잎에서는 검은 핏방울 뚝뚝 떨어졌다. 산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수레멸망악심꽃은 마치 맛난 음식을 먹기 전에 침을 흘려 데는 맹수와 같았으며, 피 흘리며 죽어가는 양의 고통을 무심히 바라보는 듯 한 그 괴이함은 그 누구도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이었다. 알 수 없는 말로 웅얼거리는 노래와 죽은 시체 속을 뒹구는 구더기 같은 향은 이미 어느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며 자신이 머무르는 땅을 새카맣게 오염시켜 버린 이 꽃은 주위의 공기마저 그 어두운 힘으로 가둬 버린다.



수명장자는 자신의 주먹을 움켜쥐었다. 며칠이 지났으나 여전히 통증은 남아있었다. 강림에게 화살로 앙갚음을 했지만 처음으로 당한 치욕은 더 큰 통증으로 남아있었다. 그는 후문군대를 바라보았다. 새벽 이슬이 모든 군영을 적시고 있었고 밤새 힘들게 버티던 횃불도 달과 함께 조금씩 그 기운을 다해가고 있었다.
후문군대는 확실히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몇 번에 걸친 크고 작은 전투에서 수명장자는 최대한 적의 병력을 소모하는 작전만 펼쳤다. 기습만도 수차례 했었고 그때마다 적의 병력은 뚜렷하게 그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불리한 점도 있었다. 첫 번째 전투에서 패한 후문에게 여러 곳에서 지원병력이 도착한 것이다.
당칠금과 매화부인이 많은 수의 군사를 이끌고 왔으며 삼태성 삼형제, 칠성 칠형제들도 대병력은 아니지만 후문을 지원하기 위해 도착한 것이다.

‘개미새끼 보다 못한 놈들~!!!’
한때는 자신의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던 자들이었다. 그러다가 후문의 소문을 듣고 자신을 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니 분하면서도 아니꼬왔다. 하지만 곧 처절하게 응징 할 생각을 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수명장자에게는 뛰어난 첩보병이 있었으니 바로 올빼미와 매였다.
올빼미와 매는 매우 뛰어난 수명장자의 첩보병이었다. 그들이 적의 작전회의까지도 모두 수명장자에게 알려줬기 때문에 수명장자는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가 있었고 이제 마지막 남은 이 싸움마저도 자신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었다.

수명장자는 전면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후문의 군대는 정적 속에 파묻혀 잠을 깨지 못하고 있었다. 어제까지도 자신의 소모전에 말렸으니 군사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았을 것이다. 수명장자는 피식 웃음이 났다.
‘후문의 오합지졸들....사기라는 것이 남아 있기는 할까’

수명장자의 장수들인 벼락, 풍우, 번개들은 각자의 군사들을 이끌고 전진하고 있었으며 양쪽 산에서 줄기차게 기습을 가했던 비천과 비룡형제들은 산 뒤를 넘어 후문 군대의 후문을 공략할 작정이었다.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면 후문의 군사들은 하늘로 나는 재주가 없는 한 이 공격에서 단 한명도 빠져 나가지 못 할 것이었다.
그리고 최후의 숨통을 끊을 마지막 한 수가 있었으니 바로 맹수 부대였다.

수명장자의 맹수부대
천구, 불개, 도근달구, 여우귀신 세자매, 와호, 백호, 구렁이
이들 모두 수명장자가 자랑하는 맹수들이며 공포의 대명사였다. 수명장자는 이 맹수들은 최후의 한방으로 활용해서 후문의 군대를 철저하게 파괴하고 파괴할 작정이었다. 그리하여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세상에 알리고 앞으로는 자신에게 절대 도발하는 자가 없게끔 만들 생각이었다.

‘나 수명장자 이후에 또 다른 수명장자는 없을 것이다’

벼락, 번개, 풍우 그리고 비천 비룡형제가 신호를 보내왔다. 그들은 수명장자의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태양이 산과 산 사이에서 나타났다. 수명장자에게는 이것이 바로 자신의 운명이 알리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수명장자는 손을 높이 들었다가 내렸고 각양각색의 깃발들이 세차게 흔들렸다.
최후의 전투가 시작되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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