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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4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4

 
해원맥은 입에서 절로 신음이 세어 나왔다.
그런 해원맥을 보자 덕춘은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해원맥이 덕춘을 알아 보는 듯 하자 강림은 해원맥에게 물었다.

‘저 낭자를 아나?’
“아~ 네 귀네기또 장군의 따님이신 덕춘공주님입니다”
“아니 그 옆에 있는 낭자 말이야”
“네?”
 
해원맥이 보니 그제서야 덕춘 공주 옆에서 서슬퍼런 기운을 내뿜고 있는 무사가 보였다. 그런데 그 무사가 여자라니~ 강림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대단한 기백이군. 그것도 여성의 몸으로 말야’ 그러고는 해원맥을 향해 “내 등에 있는 화살이나 뽑아주게”

강림은 왕장군이 부숴놓은 성문을 보았다. 수명장자의 부하들은 모두 도망을 간 것인지 누구도 성문을 고치려 들지 않았다. 수명장자 역시 자신에게 화살을 쏘고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강림은 정신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았다.

‘여기 함정있다~ 라고 하는 것 같군‘

분명 어딘가에 매복이 있을 듯 싶었고, 성안으로 들어가면 그 매복에 당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강림은 겨우 해원맥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들었다.

범을왕과 오구대왕은 각자의 군사들의 전열을 가다듬고 비천과 비룡형제는 막는 중이었다. 초반에 너무 쉽게 무너졌고 피해가 컸기 때문에 사실 막는 다는 의미보다는 계속되는 피해를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비천이 기마부대를 활용하여 아군의 부대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면서 피해는 더욱 불어났다. 기마부대가 일으키는 흙먼지 또한 문제였다. 마치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불어오는 흙먼지 속에서 군사들은 금방이라도 말발굽에 밟힐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그러니 도망자가 계속 늘어났고 이렇듯 아군의 사기가 급속도로 떨어지자 범을왕과 오구대왕은 어떤 묘안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때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도망치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후퇴~!!! 후퇴하라...”
“전원 퇴각하라~”

후문은 ‘전원 퇴각해서 제발 자기 목숨만이라도 구해라’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만큼 상황이 절실했다. 귀네기또는 동수자, 장상, 자청비, 사라, 문과 같은 젊은 장수들을 데리고 사력을 다해 비룡, 비천 형제들을 막아내고 있었고. 범을왕과 오구대왕은 부하장수에게 명할 시간도 없어 직접 말을 타고 뛰어 다니며 군사들을 무조건 후퇴시켰다. 소천국과 그의 아들들 역시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군사들을 한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게 정신없이 싸우며 도망치다보니 어느덧 수명장자의 성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퇴각할 수 있게 되었다.

패배였다. 완벽한 패배...
그나마 나중에 도착한 강림과 해원맥이 비천과 비룡부대의 후미를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피해는 재기 불능까지 갔을 뻔 했다. 수명장자의 부대는 비록 맹천이라는 뛰어난 장수를 잃었지만 후문의 군대를 거의 괴멸직전까지 몰고 간 것이다. 후문과 여러 장수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첫 싸움에서 보기 좋게 패했으니 모든 군사들이 사기를 잃었음은 당연했고 그나마 남은 군사들도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수명장자의 맹천을 죽였다고는 하나 아직 수명장자가 자랑스러워하고 모든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맹수부대는 나오지도 않았다. 얼마 되지 않는 비룡과 비천형제의 부대에게 군사의 대부분을 잃었으며 강림이 부상까지 입었다는 것은 모두에게 자신감을 확실하게 잃을 만큼 큰 충격이기도 했다. 아직 훌륭한 장수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남은 군사의 수가 적으니 앞으로의 싸움이 큰 걱정이었다. 게다가 맹수부대에 대한 두려움은 군사들을 얼게 만들 정도로 대단하다. 맹수들이 불을 뿜는다는 소문도 있고 하늘을 날고 땅속에서 솟아난다고까지 한다.
하늘의 군사라고 자부하던 후문군대의 치욕적인 첫 전투였다.



선문은 죽은자들을 데리고 저승길로 가고 있었다. 과연 길이 꽤나 험하기는 험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험한 길이 아니었다. 죽은자들은 죽었지만 아직 이승에서 살던 몸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살아있을 때 길을가고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던 그 버릇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저승길이 험하다고 말한 것이었다. 선문은 그런 그들을 하나 하나 손을 잡아주고 길을 가다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이 험한 저승길을 오가며 죽은자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역시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이 죽은 자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하루에도 죽는 자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그들을 전부 무슨 수로 안전하게 저승으로 인도한단 말인가.

선문은 지금 수명장자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후문이 떠올랐다.
수명장자와의 싸움에서 후문이 반드시 이겨야 세상은 평화로와 질 것이다. 그래야만 죽는 자의 수가 줄어들 것이 아닌가 선문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지금 후문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시각에도 죽는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죽은 자들은 전쟁터나 고향 또는 타향에서 외롭게 헤메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전래에 없던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후문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했다. 자신이 손을 내밀어야 하고 두 형제가 힘을 합해야 했다. 선문은 깨달았다.
수명장자. 그로 인해 천지대왕이 그토록 바라던 세상의 균형과 조화. 그것이 크나큰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제 선문은 천지대왕의 뜻이 무엇인지도 깨달았다.

수명장자. 인간 최초의 지배자.
그는 분명 이 죄값을 받아야 한다. 이제 새로운 세상은 신이 아닌 인간이 지배자이고 중심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저승에서 영원히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
선문은 힘들게 따라오는 죽은 자들을 돌아 보았다. ‘저승 역시 새로운 세상이다’ 이렇게 생각한 선문은 입을 열어 죽으자들에게 말했다.

“그네들은 저승에 가기 전에 나와 할 일이 하나 생겼다”
죽은 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당황스러워 했다. 이제 힘든 이승을 떠난다고 생각했는데 할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하지만 선문은 대답하지 않고 길을 돌렸다.
죽은자들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한체 그저 선문을 따라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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